[ 성구 ]
"이스라엘로 회개케 하사 죄 사함을 얻게 하시려고 그를 오른손으로 높이사 임금과 구주를 삼으셨느니라" (행 5:31)

[ 내용 ]
Ⅰ. 하나님과 세계

온 우주 안에 하나님 밖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을 다 뒤져도 영혼을 발견할 수 없듯이, 온 우주를 뒤져도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 모든 세계가 하나님 안에 있으나 하나님 자신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을 내재신론이라고 합니다.
그런 하나님이시기에 우리는 아주 독특한 신앙을 형성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세계를 보면서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고 내가 하나님 안에 있고 그분이 내 안에 계시기에 그분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피조세계 어디에도 하나님은 안 계시기 때문에 그분을 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의 초월성과 역사성입니다.


Ⅱ.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

A. 하나님 안에 있는 인간적 생명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조절 작용들은 결국 하나님의 목적을 향해 갑니다. 그런데 전체를 통솔하는 그 원천적인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 생명을 각각의 피조물 속에서 역사하고 있는 하나님의 힘이라고 정의합니다. 피조세계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생명의 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우주는 하나님의 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힘은 곧 하나님의 영의 움직임입니다.
창조 시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과 같은 연결 속에서 각기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생명의 힘을 받으며 자연적이고 영적인 교통 가운데 창조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인간은 영혼이라는 본질로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창조목적에 대해서도 직접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죄가 들어와 인간이 타락하게 되자 창조세계의 대부분의 연결과 무엇보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깨어지고 간접적인 관계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영적인 연결은 끊어졌지만 하나님께서 지성, 추리력, 논리, 아름다움에 대한 직관 등은 상당 부분 보존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도덕적인 능력은 거의 사라짐으로 인해 이제는 창조목적 자체를 자기 자신으로 바꾸어 버리게 된 것입니다. 또한 창조주하나님을 아는 것은 물론, 그분을 사랑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B. 구원하시는 삼위하나님

이런 상태의 인간을 차마 볼 수 없어 삼위 하나님께서 함께 구원의 역사를 펼치십니다. 성자를 통해 성령 안에서 세계를 창조하신 성부 하나님의 사랑이 동기가 되어 구원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말씀 한마디로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다시금 말씀 한마디로 모든 것을 무로 돌아가게 하시고 인간을 새로 빚으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타락한 인간을 치료하시고 망가진 세계를 고치셔서 당신의 창조의 목적으로 돌아오게 하신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시고자 성자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내려오셨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속의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를 목격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목격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십자가의 경험을 현재적으로 경험시켜 주십니다.


Ⅲ. 인간의 회심과 그리스도

그때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 의존의 마음이 생겨나고 예전에 자신의 인생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모든 길을 포기하고 예수만이 구원의 길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A. 회심하게 하심

이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의 작용입니다. 그러나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의 결을 따라 역사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의지와 하나님의 은혜가 신비하게 결합되면서 인간은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또한 스스로의 공로를 내세울 수도 없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B. 접붙이시는 그리스도

그렇게 회심한 사람들을 예수께서 머리이신 그리스도, 당신의 몸에 접붙이십니다.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았다면 이제 임금이신 주님의 통치에 복종하고 구주이신 주님께 감사하며 사는 것, 그분의 생명의 원리에 접붙여 사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 안에 접붙여지고 나면 그 관계를 통해, 그리고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흘려보내십니다.


Ⅳ. 결론 :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 있음

그분께서 비추시는 그 은혜를 받으면서 고난과 시련을 이기고 내 인생에 이렇게 놀라운 교통의 은혜를 주신 하나님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우주 안에 가득한 그리스도의 영광, 그 모든 피조물들 위에 가장 뛰어난 예수의 탁월하심, 그 안에 우리도 있고 우리 안에 그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신자의 행복입니다.

[ 성구 ]
“……유대인의 간계로 말미암아 당한 시험을 참고……”(행 20:19)

[ 내용 ]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참고”입니다. “유대인의 간계로 말미암아 당한 시험을 격파하고” 내지는 “유대인들이 나를 박해했으나 모두 때려눕히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불같이 올 곧은 성격의 바울과 맞지 않습니까? 그러나 바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사랑의 무저항주의자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선지자들을 보내실 때 가지셨던 마음이었습니다. 패역한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알릴 선지자들을 보내시면서 하나님은 무엇을 들려주셨습니까? 최신 병기를 들려주시며, 그들이 너의 말을 듣지 않고 나를 계속 거역하면 모두 쏴 버리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백성으로 인해 아파하고 분노하시면서도, 선지자들에게 그 하나님의 백성들을 심판하는 권세를 주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칼 한 자루 없이, 오직 말씀만 주어 보내셨습니다. 들으면 다행이지만, 안 들으면 그 악한 백성들의 손에 맞아죽어야 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선지자들이 피 흘리면서 죽어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꾼들에게 심어준 사랑의 무저항주의입니다. 주님 자신은 당신을 거스르는 자들을 의로 징계하실지라도, 그 분의 일꾼인 우리에게는 그런 권세가 없습니다.
10여 년 전의 일로 기억합니다. 고린도후서를 읽다가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내가 어리석은 자가 되었으나 너희가 억지로 시킨 것이니 나는 너희에게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도다 내가 아무 것도 아니나 지극히 크다는 사도들보다 조금도 부족하지 아니하니라 사도의 표가 된 것은 내가 너희 가운데서 모든 참음과 표적과 기사와 능력을 행한 것이라”(고후12:11-12). 이것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바울의 사도권 자체를 뒤흔들어 놓음으로서 그의 가르친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려 하자 바울이 자신을 변호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도된 표를 그들에게 보이는데, 그 가장 우선적인 표가 참음이었습니다. 참음이 사도됨에 있어서 표적과 기사와 능력보다도 더 우선적인 증명이라는 것입니다. 바울에게 있어 참음의 근본적인 동기는 그가 만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영혼들에 대해서도 깊은 사랑을 우러나게 했고,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그 참음이야 말로 자신의 사도된 가장 결정적인 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참음을 삶 속에서 가장 잘 드러내신 분은 바로 우리 예수 그리스도이셨습니다. 많은 고난과 괴로움을 당하셨지만 그 분은 묵묵히 참으셨습니다. 기적과 이적을 행하시던 그 분이건만, 오직 하나님을 드러내는 데에만 사용하셨을 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이적을 행하신 적은 없으셨습니다. 검과 몽치를 가지고 온 무리들이 당신을 잡아갈 때에도 예수님께서는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계셨습니다. 오히려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떨어진 귀를 붙여주시는 데에 기적을 사용하실 뿐이었습니다. 그 분은 당신의 몸이 채찍질로 찢어질 때에도 묵묵히 참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주님이 가셨던 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야할 사명자의 길입니다.


[ 묵상 ]
사명자의 삶은 “사랑의 무저항주의”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그러므로 사명을 따라 살아가는 삶에는 한없이 참고 또 참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 거룩한 삶을 위한 능력, 100일 교리 묵상: 은혜와 사명 - 부흥과개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