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하나님과 시간 · 공간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창 1:31)
Ⅰ. 본문해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창조 전에 이미 하나님의 관념 안에 있었다. 그것이 시간과 공간의 펼침을 통해 나타났을 때 과연 하나님께 새로운 것이 있었을까?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마치 예기치 못한 작품을 본 것처럼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하나님과 영원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Ⅱ. 하나님과 영원
A. 영원에 대한 사람들의 사유
사람들은 흔히 “하나님은 영원하시다”라고 말한다. 이는 하나님은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계신다는 뜻이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화법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영원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B. 하나님과 영원
첫째로, 하나님께서는 본체적인 영원이다. 즉 하나님 자신이 영원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서는 영원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은 시간과 공간 안에 있지만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계신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당신 안에 둠으로써 당신을 벗어나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게 하신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본체적인 영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효과적인 영원이다. 이는 영원히 존재하는 피조물에게 있는 영원이다. 하나님 외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들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효과 때문에 영원한 것들이다. 인간의 영혼,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에 입게 될 인간의 육체, 사랑과 정의 같은 덕들은 하나님의 덕을 입어 영원히 존재하는 ‘영속하는 사물’이다. 우리는 그 영원을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믿을 때 비로소 영원에 대한 앎에 도달하게 되고, 유시무종(有始無終)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참다운 이해가 생겨난다.
Ⅲ.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사물의 변화와 운동을 통해서 측정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창조와 함께 도입되었다. 천상의 세계는 하나님의 영광이 증진됨으로써 측정되고, 지상의 세계는 피조물이 변화하고 소멸됨으로써 시간 안에 있음을 드러낸다.
인간이 사랑하는 것들은 이 세상에 나타났다가 없어진다. 공간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사랑할 것들을 제시하지만 시간은 그것들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공간 안에 갇힌 존재가 되고, 시간 안에서 소멸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하고, 소멸하는 것들을 보면서 허무를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하나님 앞에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보심’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Ⅳ. 하나님의 보심
인간은 오직 시간 안에서만 사물을 보지만 하나님께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계시기에 시공간에 매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한 번에 보고 아는 분이시다. 이것을 하나님의 단순지(單純知)라고 한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또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보시기도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지만 어떤 것들은 우리와 소통하기 위하여 마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처음 보고 안 것처럼 하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하나님의 기쁨과 슬픔, 감격과 후회 등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것을 하나님의 현견지(現見知)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거대한 우주를 볼 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우리의 행동과 사연은 덧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순종을, 우리의 아픔을, 우리의 기쁨을,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볼 때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을 본 것처럼 여기신다. 기뻐하고, 또한 우리와 함께 아파하기도 하신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알게 하신다. 그로 인해 우리의 작은 인생은 하나님 앞에 의미가 있다.
Ⅴ. 결론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깊은 산 속의 들풀이 가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보시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미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당신이 보기에 의미 있게 하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온 힘을 다해 시간과 공간 안에 표현하자.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서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