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주의 얼굴을 가리실 때
“여호와여 주의 은혜로 나를 산 같이 굳게 세우셨더니 주의 얼굴을 가리시매 내가 근심하였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부르짖고 여호와께 간구하기를 내가 무덤에 내려갈 때에 나의 피가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진토가 어떻게 주를 찬송하며 주의 진리를 선포하리이까”(시 30:7-9)
I. 본문해설
이 시의 표제는 ‘다윗의 시, 곧 성전 낙성가’이나, 예루살렘 성전은 솔로몬 즉위 11년에 완공되었다. 아마 다윗이 성전의 낙성식(준공식)을 위해 미리 지은 시로 추측된다. 그런데 이 시는 성전에 관한 내용보다 시인이 지난 생애를 돌아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는 찬송들이 주를 이룬다. 그중 본문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시인이 고난 중에 하나님의 얼굴을 간절히 찾는 경험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II. 주의 얼굴을 가리실 때
A. 영적 침체의 경험
시인은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절망을 느꼈을 때는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실 때였다. 그때 그는 영적 침체를 경험했다. 영적 침체란 하나님과의 친밀함과 영혼의 활기가 사라지고 마음이 굳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죄를 이기며 살아가는 능력을 상실했다.
다윗은 커다란 시련 속에서도 산같이 굳세게 서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러한 자신의 신앙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었다. “내가 형통할 때 말하기를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하였도다”(시 30:6). 그러나 주께서 얼굴을 가리시자 산같이 굳건할 것만 같았던 마음의 평안은 사라지고 영혼은 근심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삶 전체에 혼란이 찾아왔다.
시인은 그때 비로소 신앙의 굳건함이 자신의 믿음 때문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제껏 자신의 신앙이 견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를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었던 것이다. “여호와여 주의 은혜로 나를 산 같이 굳게 세우셨더니 주의 얼굴을 가리시매 내가 근심하였나이다”(시 30:7).
B. 영적 침체에서 벗어남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얼굴을 가리심을 경험하고 낙심하였다. 이는 시인의 영혼이 어두운 밤을 지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는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사는 기쁨을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하나님과의 영적인 친밀한 생활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시자 시인은 마치 무덤에 내려가는 것 같은 절망과 두려움을 겪었다. “내가 무덤에 내려갈 때에”(시 30:9). 구약에서 “무덤”은 모든 희망과 생기가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이어서 “나의 피가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라고 말했다(시 30:9). 여기서 “피”는 육체의 생명을 상징하는 단어다(레 17:11). ‘자신의 영혼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지 못하는데 육체가 살아 있는 것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깊은 영혼의 침체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받은 사명을 곱씹어 보았다. 그가 하나님께 받은 사명은 하나님을 찬송하고 그분의 진리를 외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갈 때는 그 사명을 따라 살 수 있었다. “내가 주의 공의를 내 심중에 숨기지 아니하고 주의 성실과 구원을 선포하였으며 내가 주의 인자와 진리를 많은 회중 가운데에서 감추지 아니하였나이다”(시 40:10).
그러나 은혜에서 미끄러지자 사명을 따라 살 수 없게 되었다. “…진토가 어떻게 주를 찬송하며 주의 진리를 선포하리이까”(시 30:9). 여기서 “진토”는 먼지 티끌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영혼이 무가치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시인은 그런 상태로는 하나님을 찬송할 수도 없었고 진리를 외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영혼의 비참한 처지를 하나님께 아뢰며 자신을 깊은 영적 침체에서 건져주시기를 부르짖었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부르짖고 여호와께 간구하기를”(시 30:8).
하나님께서 시인을 향해 얼굴을 가리신 것은 하나님의 변심 때문이 아니라 시인의 무지와 불순종과 죄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하나님을 대면할 때 누리던 기쁨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모든 것을 상실한 사람이 되었다. 그가 하나님께 온전히 사랑받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전까지 그의 영혼은 비참한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얼굴을 간절히 찾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게 해주신다. “여호와의 친밀하심이 그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있음이여 그의 언약을 그들에게 보이시리로다”(시 25:14). 그리고 때로는 영적 침체를 겪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 하신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교만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게 하신다. 따라서 은혜는 하나님을 멀리 떠났던 사람이 다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III. 적용과 결론
영적 침체에 빠졌을 때 시인은 주께 부르짖고 간구하였다. 이것이 믿음이며 우리가 더 이상 신앙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하고 간절히 하나님의 얼굴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