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길 찾게 하는 연단
“고난 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시 119:67)
Ⅰ. 본문해설
시편 119편은 하나님의 말씀의 영광을 노래한다. 그러나 단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지식적인 깨달음만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아는 명철과 지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붙들고 살 때 그가 만난 수많은 시련은 평안한 삶을 살았더라면 가져다줄 수 없는 어떤 아름다운 것을 주었다고 노래한다.
Ⅱ. 고난당하기 전의 삶: 그릇 행함
시인은 고난당하기 전의 삶은 그릇 행하는 삶이었다고 말한다. 히브리어 성경의 ‘그릇 행하였다’는 구절은 ‘길을 잃다’, ‘길을 잃은 상태에서 무엇을 행하다’는 뜻으로 삶의 방향성과 관련이 있다. 시인은 고난당하기 전에는 갈 길이 어디인지를 모르고 살았음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이 삶의 에너지가 되어 살아간다. 그 욕망이 하나님을 향한 지순의 사랑이든지 자신을 인생의 주인 삼으며 사는 정욕적인 사랑이든지는 둘째 문제이고, 욕망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다. 우리의 삶을 추동하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욕망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육욕적인 욕망도 추동력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런데 그런 육욕적인 힘은 죄를 가지고 있다. 이 죄는 우리 안에 스며들어 영혼의 선한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판단을 흐리게 하고 명철을 사라지게 하며 양심을 무뎌지게 한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한다. 매일의 삶에 몰두하느라 과거를 반성할 시간도 없고 현재를 성찰할 시간도, 미래를 예지할 시간도 없게 된다. 결국 삶에서 길을 상실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것이 시인이 고난당하기 전의 모습이었다.
Ⅲ. 고난당한 후의 삶: 말씀 지킴
그러나 시인은 고난을 당한 후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한다. 고난당하기 전의 삶의 특징은 길을 잃은 것이었는데 이제 하나님의 말씀이 삶의 좌표가 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니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인생의 좌표가 되지 않는 모든 삶은 길 잃은 삶이다.
여기에서 “말씀”은 단수로 나온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많은 믿음의 규칙과 여러 가지 교훈을 주시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말씀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시인은 하나님이 인류와 시인 자신을 향해 계시해 주신 하나님의 선하고 기뻐하신 온전한 뜻을 이제 지키게 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면 시인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킨다고 하는데 그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첫째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믿음의 규칙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믿음의 규칙은 선악을 판단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초석이다. 그래서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잘 믿는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렇게 살아라’고 주신 생활의 교훈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죄를 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 세계와 나를 향해 지니신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향한 내면의 경외심과 외면의 공경이 일치하는 삶을 살 때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삶이다.
Ⅳ. 고난과 영혼의 변화
그렇다면 어떻게 고난당하기 전의 삶과 고난당한 후의 삶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고난과 영혼의 변화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난 혹은 고통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의 질서 속에 있는 괴로운 상태를 말한다. 고통받을 때 괴로워하는 것은 짐승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고통을 받을 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의미는 요동치는 삶 속에서 발견되지만 그 삶 밖에서 자신의 인생을 내려다볼 때 파악된다. 인간은 그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요동치는 삶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신앙의 유익이 여기에 있다.
이 세상에서 겪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연단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고생을 하면 상처가 남고 고난을 당하면 연단이 되는데, 고난과 고생의 차이는 내게 일어난 나쁜 일을 어떻게 주관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의 의미를 물으며 하나님 앞에서 참고 그것에 믿음으로 대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속에서 신앙의 반응을 하게 되고 이때 자기를 에워싼 환경과 이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Ⅴ. 결론
히브리서 기자는 징계가 없으면 사생자요 친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히 12:8). 주님이 여러분에게 시련을 주시는 것은 그릇 행하며 사는 마음을 때려서 하나님께로 돌이켜 말씀에 붙들려 살아서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극한 시련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무릎을 꿇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주님의 말씀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영혼의 변화가 생긴다면 오늘 이 고난은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는 축복을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놀라운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