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용기와 비겁 사이에서
“베드로가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하며 앞문까지 나아가니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되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매 베드로가 맹세하고 또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더라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르되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 하거늘 그가 저주하며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 이에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마 26:70-75)
Ⅰ. 본문해설
기독교 신앙에서 십자가는 기둥과 같은 진리다.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하나의 사랑이 어떠한지 깨닫기 때문이다. 십자가 없이 구원받을 사람은 없다. 십자가를 통해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그리스도를 사랑한다. 그런데 십자가를 알았어도 십자가의 은혜가 매일 마음속에 재현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계획에 따라 살 수 없다.
II. 용기와 비겁 사이에서
본문은 용기와 비겁 사이에 있는 한 사람, 베드로가 등장한다. 그는 예수님의 수제자였고 많은 기적과 능력을 체험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로 세워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예수를 배반한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A. 예수를 배반함
본문은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의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베드로는 종교재판을 받기 위해 대제사장의 뜰에 끌려오신 예수님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예수와 함께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후회와 통곡 후에 숨어버렸다. 그래서 예수께서 부활하셔서 사도들에게 나타나실 때까지 베드로는 등장하지 않았다. 결국 두려움으로 인한 비겁함 때문에 예수를 배반했던 것이다.
B. 배반을 예고하심
예수께서 당신이 고난당하실 것을 예고하실 때 제자들은 예수를 따르겠다고 장담했다. 특히 베드로는 모든 제자들이 예수를 버릴지 몰라도 나는 죽는 데까지 동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제자들이 모두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고 예고하셨다.
베드로는 한 때 용기를 보였다.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예수를 체포하러 온 일행 중 한 사람의 귀를 베어버렸다. 잠시 후 베드로는 자신을 저주하면서까지 맹세하며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바로 그때 새벽닭이 울었다. 그제야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이에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뜰 밖으로 나가 심하게 통곡했다. 이는 진실한 회개라기보다는 양심의 가책에서 우러나온 뼈저린 후회였다. 신앙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 감정적인 용기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결정적인 순간 예수를 버렸다는 기억은 일평생 그를 따라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통해 예수의 십자가 고난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베드로와 제자들은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을 증언했다.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고 말씀을 깨닫기 전까지 베드로에게 예수를 따를 용기가 없었다. 결국 먼발치에서 구경하듯 예수를 따라갔던 것이다.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늘 십자가의 은혜가 우리 마음속에 역사하고 있는가? 우리 삶의 능력은 십자가를 통해 부어지는 하나님 생명의 능력이다. 베드로는 성령을 통해 십자가 고난의 의미를 체험하지 못했기에 예수를 모른다 부인하고 비겁하게 배반했다. 그런데 십자가 고난의 의미를 아는 우리는 왜 수시로 주님을 배반하는가? 신앙의 회색 지대는 없다. 예수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 그 사이 중간은 없다.
십자가의 은혜로 경험되는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이 주는 달콤한 사랑과 비교할 수 없다. 그 사랑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더럽히지 않는다. 십자가를 생각하며 세상에 붙은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와 함께 다시 산다. 예수 안에서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인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라. 우리는 오직 예수만 믿으며, 예수의 신부로 성결한 삶을 살 것이라고 서약했다. 지금은 순교와 핍박은 없으나 그보다 더 어려운 세속주의 유혹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풍요롭기에 간절히 기도할 제목이 없다. 우리가 보이지 않게 수없이 타협하는 동안 마음속에 처음 사랑을 잃어간다. 그래서 신앙의 감격, 믿음의 기쁨, 십자가의 환희가 없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토해버리고 싶은 미지근한 물과 같은 신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III. 적용과 결론
마음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옮겨놓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을 잊지 말라. 헛된 욕심과 세상 사랑을 내려놓고 다시 십자가를 붙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과 은혜를 주실 것이다.